비행기 안에서 3시간 남짓한 시간을 울며불며 회개하고,
마음을 조금 정리한 것 같았다.
비행기를 갈아타기까지 무척이나 먼데
이렇게 큰 공항을 16kg이나 되는 건반을 들고 낑낑 맸을 걸 생각하니 끔찍했다.
(어깨에 맨 가방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기 때문에..)
내 그림 같은 시나리오는 역시 하나님의 미련한 것보다 형편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요하네스버그행 비행기를 타려고 서둘러 움직였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프리카에 들어가려면 대부분 요하네스버그를 거쳐서 가야하기 때문이다.
얼마 후, 탑승 시작을 위해 또 한 번의 짐 검사가 시작되었고, 또 걸렸다!!
South African 항공 기내 화물은 7kg로 매우 작은데
South African 항공이 까다로운 것을 잘 아는 삼촌과 외숙모는
기내용 가방을 거의 7kg 맞춰주었다.
그래서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그건 나의 생각이었다!
뒤에 맨 배낭도 있고 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짐 때문에 그리 마음고생을 하고,
Over Charge 요금도 냈는데 또 짐을 화물로 보내고 돈을 내라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더 억울한 것은 가방을 3개씩이나 들고 있는 백인은 봐 주는 게 아닌가!
그 긴 줄 안에 동양 여자애는 나 밖에 없었고,
그 억울함은 몽땅 내 차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영어도 잘 안되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바바리 코드에
서류 가방을 손에 든 아저씨가 나타났다!
한국에서부터의 자초지정을 설명했고,
아저씨는 유창한 영어와 유머로
한국에서 이미 추가 비용을 많이 내고 왔으니
화물로 부치 돼 추가 요금은 받지 말라고 해결해 주었다.
가방을 화물로 보내고 보니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었다.
또 한 번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멋진 아저씨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기도를 하며 13시간의 비행을 맞았다.
(그림 같은 시나리오가 이제 시작 인가 했다^^)
그렇지만 긴장을 놓칠 순 없었다.
말라위 두 분 선교사님의 가정에 전달 해 드릴 선교비와
내 개인 경비며 만 달러가 넘는 돈이
내 가방과 몸에 있었던 터라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초긴장 상태였다.
평생에 그런 큰돈을 몸에 지닌 적이 어디 있었던가! 그것도 현금으로!
내 좌석은 가운데 칸 통로 쪽이었는데
창가 쪽 인디안(?) 동남아(?) 처럼 생긴 아저씨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수군거리고..
어찌나 겁이 나던지..
13시간동안 화장실 한번을 못가고,
안전 밸트 한번을 못 빼고,
13시간을 가방을 배에 얹은 채.. 기나긴 비행을 했다.
위에 다 짐을 올려 주겠다는
승무원에게도 괜찮다며..(괜찮긴 뭐가 괜찮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