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희망의 집에서 드디어 사역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유치원 아이들 35명 정도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영어를 할 줄 몰라 의사소통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숭구~(흰둥이)가 왔다며 가뜩이나 큰 눈이 더 커지고..
아이들의 얼굴에 낯설음과 긴장이 가득한 눈치였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 얼굴도 다 똑같아 보이고..
이름도 낯선 언어라 외워지지도 않고..
이 아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 먼 길을 왔는데..
내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냄새나고 지저분한 이 아이들을 어떻게 안아줄 수 있을까..
금새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비가 온 다음날 이었다.
활기찬 목소리로 물리브안지~(안녕!)하며
문을 딱 열었는데 기절할 뻔 했다.
전날 비가 왔는데 아이들이 비를 맞고 제대로 씻고 자지 못해서
아마도 냄새가 많이 나는 모양이었다.
어찌나 냄새가 강하던지.. 순간 머리가 띵했다~!
“이 냄새마저 사랑해야하는데.. 아직도 멀었어..ㅜㅜ”
또 한 번은 한 아이들 칭찬해 주고 싶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했었다.
현지인 선생님들처럼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것이었다.
꼬불꼬불 거리는 흑인 머리를 만져 본 적도 없고..
게다가 아이들 머리는 너무 지저분해
깔끔 떨기 좋아하는 임지효가 또 발동한 것이었다!
안아 주기는 커녕.. 머리한번을 쓰다듬어 주지 못하는 내 모습에..
그날 저녁.. 또 한 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내 많은 생각들은 깨어지기 시작했다.
사모님과 함께 아이들 이름표를 만들어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고,
조금씩 얼굴들을 익히게 되었다.
아이들도 조금씩 낯이 풀리는지 마담~마담~(마담은 최고의 존칭이다^^)하며
사모님과 내게 알아듣지 못하는 치체와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알아들 수가 없는 나는 그저 Chabwino!(ok!good!) 이라고 대답하며 웃어주었고..
아이들은 그저 칭찬받는 기쁨과 하숭구 선생님과 얘기하는 기쁨에 마냥 기뻐했다.
이름을 알고 얼굴을 익혀가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주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우리가 치체와를 배우고..
아이들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모두가 처한 상황에서 다른 얼굴을 만나기 마련..
눈에 띄게 산만하거나.. 어두워 보이는 아이.. 몸이 약해보이는 아이..
희망의 집 아이들도 모두 다른 어려움들을 가지고 있었다.
Mphatso(파쵸)와 Aidda(아이다)라는 남매가 있었는데
둘다 너무나 눈에 띄게 산만해서 수업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분명 저 아이들 마음 가운데 상황가운데 어려움이 있겠구나 싶어
기도하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은 변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빠 파쵸가 얼마나 의젓해 졌나 모른다.
한 학기를 마치면서 희망의 집에서 작은 행사를 가졌는데
준비를 하는 기간 동안 아이들이 앉고 일어서는 연습을 시키는데
아직 꼬맹이들이라 줄 서고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앉고 일어서라는 손동작을 따라 하기도 하고
주목하라고 박수를 치면 박수를 따라 하기도 하고..
그저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아이들은..
Are you ready?라고 물어보면 목청이 터져라 “Yes"라 대답할 만큼 자랐다.
영어 찬양을 가르쳐 주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고,
발음도 안 되도 따라하느라 눈이 커지는 아이들..
하얀 종이를 만지면 종이에 누런 손자국이 묻는데도..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스크림과 잼을 모르는 아이들..
부활 주일을 맞아 노랗고 빨간 계란을 하나씩 손에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행여 떨어질까 울먹거리기 까지 하는 아이들..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를 배웅해주기 위해
맨발로 동구 밖까지 차를 따라 뛰어나오는 까만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아프리카의 희망..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다..^^
얼굴은 까맣지만.. 영혼은 새하얀 아이들..
나는 아프리카의 까만 아이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