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현이 울었다.
다 떨어진 분홍색 윈피스를 입고서 음판다(10)가 나타났을 때 황지현은 어쩔 줄 몰라했다.
눈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몰랐다.
엄마 아빠가 에이즈로 죽은 뒤 마음을 닫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였다.
이날 오전 황지현은 한 교실에서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를 방문했을 때부터 눈이 벌겋게 충혈된 상태였다.
아이 손을 잡고서 풀섶을 헤치고 집으로 갔을 때 그녀는 두 번 놀랐다.
가재도구 하나 없는 흙벽돌 초가집에는 염소와 사람이 함께 잠을 잔다고 했다.
거적 하나 깔고 누워 자는 어두운 방에서 아이 손을 꼭 쥔 황지현의 눈이 조금씩 젖어갔다.
아이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아이랑 함께 옥수수밥을 짓고 놀이를 하고 땔감을 주으러 다녔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음판다는 이렇게 부족하게 살아야 하지?
나, 울음을 참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선물로 가져온 때때옷을 갈아입히고 음판다를 끌어안는 순간 황지현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 병 고쳐주겠다"며 의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또 울었다.
그렇게 눈물로 일주일을 살았다.
요리를 해줬더니 활짝 웃던 아이가 낌새를 눈치챘다.
이 엄마가 가는구나.
눈물 그렁그렁한 아이를 보며 황지현이 딸을 부등켜 안고 울고 또 울었다.
글:노민우 카페, 사진: 오직환